부산 1005번 급행버스 노선은 엄궁행과 지사행이 따로 있으니 버스 타기 전 꼭 기사분께 여쭤보세요.
차가 고장 나 정비소에 맡긴 뒤 익숙지 않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버스 타고 다녔는데 한국에서 한국인이 대중교통 이용하는 거는 한국말 쓰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수요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씻고 옷 입고 집 앞 버스정류소로 가는 중에 호기롭게 대중교통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네이버 지도만 있으면 모든 것이 정확하게 예측이 되죠. 부산지하철 2호선을 타고 사상에서 환승해서 엄궁동 사무실로 가는 것이 좋을지 주례역에서 환승이 편할지 고민을 합니다.
그런데 아뿔싸, 카드지갑을 놔두고 왔네요. 급히 집에 전화를 해서 카드지갑을 창문 밖으로 던지라고 합니다. 막 타려고 했던 버스를 놓치면서 여유가 조금 사라졌습니다. 바보 같은 실수로 10분을 날렸습니다. 그래도 8시 반까지는 충분히 엄궁 사무실에 도착할 순 있습니다. 아직 7시니까요.
버스를 타니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최단거리로 가는 것이 아니라 빙빙 둘러가기 때문에 조금은 답답해집니다. 신호도 정말 많이 받네요. 집에서 양산역 지하철 2호선을 타기까지 20분이 걸렸습니다. 휴... 그래도 네이버 지도가 8시 23분까지는 갈 수 있다고 하니 출근시간인 8시 30분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부서 단톡 방에는 조금 늦을 수 있다는 말은 해 놓았습니다.
네이버 지도가 제시하는 환승노선을 보고 신중하게 결정한 결과 2호선 주례역과 사상역 중 사상역에서 하차해서 환승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사상역 2번 출구 바로 옆에 엄궁동으로 가는 버스 정류소가 있다고 친절히 안내해 줍니다. 역시 네이버는 최고야...
2번 출구로 나갔는데 이상하게 버스정류소가 안 보이네요? 어라?? 황급히 네이버 지도를 뚜벅이 모드로 전환해보니 지하철 출구도 색깔별로 다르군요? 초록색 2번 출구가 아닌 보라색 2번 출구 옆이 엄궁으로 가는 버스정류소가 있는 곳입니다. 꼼꼼하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며 급히 보라색 2번 출구 옆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갑니다.
다행히 사상역에서 엄궁으로 가는 버스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338번, 138-1번, 148-1번, 1005번... 마침 바로 눈앞에 1005번이 오네요. 급행이라 더 빠르겠죠? 다행히 8시 30분 전에 사무실로 세이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드로 환승을 찍고 1005번을 탑니다. 급행이라 역시 좌석도 널럴합니다. 이제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해야겠습니다. 대중교통을 타야 해서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났거든요.
그런데... 버스 노선이 노선이 좀 이상합니다. 사상에서 엄궁동까지는 시내를 가로질러 가야 하는데 이상하게 외곽도로로 빠집니다. 황급히 기사님께 엄궁행이 맞냐고 물어봅니다. 기사분이 말씀하십니다.
"이거 지사동 가는 버스인데요? 엄궁동 가는 차는 이 차 바로 뒤에 따라오는 1005번을 타셨어야 했는데요"
태어나서 두 번째 타 보는 부산 시내 버스인데 뭐가 어렵다고 "엄궁 가나요?"를 안 물어봤을까 자책을 해 봤지만 이미 늦었죠. 기사님께 어떡해야 하니 방법을 알려 주신다 합니다. 결국 경남 렛츠런 파크까지 가서 길 건너편에서 1005번을 타고 엄궁으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시간 8시 30분.... 다시 1005번을 타고 사상까지 되돌아가서 엄궁으로 갑니다. 회사 도착 예정 시간 9시 30분.....
한국인이라도 대중교통은 신중하게 타야 합니다.^^